바이오·헬스케어 섹터에서 유의해야 할 투자 유치 전략
- Kyoung-Hwan Choi
- 7월 4일
- 4분 분량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은 기술 기반 산업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긴 개발 주기를 갖는 분야다. 제품 하나가 시장에 도달하기까지 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투자 유치에 나설 때는 일반적인 IT 기반 스타트업과는 전혀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투자자 설득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 항목과 그에 대한 투자자의 시각을 정리해 본다.

1. 임상과 규제 전략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바이오 분야는 임상 개발 단계별로 리스크가 크다. 비임상, 1상, 2상, 3상 각각의 개발 진행 현황과 향후 일정, 예상되는 규제 허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FDA, EMA, 식약처 등의 인허가 전략과 IND, NDA, GMP 등 각종 인증 확보 계획도 포함되어야 한다. 단순한 가능성 언급보다는 현실적인 타임라인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제시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투자자 관점:
“우리는 기술보다도 타임라인과 인허가 리스크를 먼저 본다. 임상에 진입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실패했을 경우 회복 전략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례:
국내 A바이오텍은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었으나 1상 진입 시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투자자는 해당 기업의 기술력보다도, “3년 뒤에도 여전히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을 것 같다”는 우려를 가졌다. 반면 미국의 B사(비상장)는 FDA와의 Pre-IND 미팅에서 얻은 피드백과 예상 허가 절차를 정리해 투자자에게 공유했고 이 점이 시리즈A 유치의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2. 기술의 차별성과 IP 확보가 핵심이다
기술력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기존 치료제 대비 임상적, 경제적 우위가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특허 확보 여부, FTO(Freedom to Operate) 분석, 글로벌 권리화 전략 등 지적재산권(IP) 확보 현황도 중요하다. 기술 이전이나 공동 개발 가능성 등 라이선스 전략도 투자자 관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투자자 관점:
“좋은 논문이나 연구가 있다고 해도 특허가 없다면 결국 모방될 수 있다. 우리는 기술보다도 IP 전략을 먼저 본다.”
사례:
C헬스케어는 AI 기반 희귀질환 진단 알고리즘을 보유했으나, 핵심 기술이 공개된 논문 기반으로 특허 등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투자자들은 기술 카피 가능성을 우려해 투자를 유보했다. 반면 D바이오 기업은 미국·유럽·한국에서 핵심 타깃에 대한 원천 특허를 확보했고, 해당 특허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협상에 실질적 지렛대가 되었다.
3. 실증 데이터 중심의 증거가 필요하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일수록 초기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전임상 데이터, 동물실험, ex vivo 결과, 파일럿 임상 등 구체적인 숫자와 성과가 필요하다. 외부 논문 발표, 포스터 수상, 학회 채택 이력 등이 기술력의 객관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투자자 관점:
“파워포인트만으로는 설득되지 않는다. 최소한 동물 실험이나 실제 환자 데이터를 일부라도 확인하고 싶다.”
사례:
E바이오 기업은 체외 진단 키트를 개발했지만 초기 유치 단계에서 실험 데이터 없이 기술 개요만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기술의 유효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F디지털 헬스 스타트업은 소규모 파일럿 테스트에서 얻은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입원률이 30% 감소했다는 결과를 제시하며 프리 시드 라운드를 빠르게 성사시켰다.
4. 시장 진입 전략과 수가 확보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헬스케어 제품은 허가만으로는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보험 수가 적용 여부, 병원 도입 가능성, 환자 접근성까지 포함한 시장 진입 전략이 필요하다. HTA(Health Technology Assessment), 경제성 평가 자료, 실질적인 환자 수요를 고려한 보급 계획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투자자 관점:
“바이오나 디바이스는 허가만 받고 끝이 아니다. 실제로 병원에서 사용되는가, 보험이 적용되는 가가 더 중요하다.”
사례:
G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심전도 모니터링 기기의 식약처 허가에만 집중했으나 보험 수가 적용 여부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 투자자는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회의적이었다. 반면 미국의 H사(웨어러블 디바이스)는 Medicare의 원격 모니터링 수가를 기반으로 사업 모델을 수립했고 투자자는 이 점을 높게 평가했다.
5. 마일스톤 기반의 자금 소요 계획이 요구된다
바이오 기업은 장기간의 개발 기간과 고비용 구조를 가진다. 투자자는 향후 몇 년간의 자금 흐름을 예측하고 싶어 한다. 각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을 설정하고, 해당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 규모와 투입 계획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현금 소진률(burn rate), 다음 라운드 유치 계획, 예상 Exit 시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투자자 관점:
“3년짜리 플랜보다 6개월 단위로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어떤 결과를 낼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사례:
I바이오 기업은 ‘5년 후 제품 출시’라는 거시적인 계획만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중간 개발 마일스톤과 자금 집행 계획이 부족했다. 반면 J바이오 기업은 '비임상 완료 → 독성시험 → 임상시험계획 승인'의 세부 단계를 제시하고, 각 단계마다 필요한 자금 규모와 예상 성과를 명확히 했다. 이 구조화된 접근 방식은 투자 유치에 결정적이었다.
6. 전문성과 경험이 핵심 인재에 집중되어야 한다
바이오 기업의 가치는 기술보다 사람에 달려 있을 때가 많다. 핵심 연구자, 개발 책임자, 자문위원(KOL)의 이력과 과거 성공 경험은 투자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된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팀의 전문성과 역량이 기술 자체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
투자자 관점:
“초기 기업일수록 팀의 전문성과 경험이 전부다. CEO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CMO의 규제 대응 경험, 과거 성공 경험이 핵심이다.”
사례:
K바이오 스타트업은 창업자가 의사 출신이었지만 사업 경험이 전무했고, 외부 자문진도 부족했다. 투자자는 이를 리스크로 판단했다. 반면 L사는 전직 글로벌 제약사 출신들이 공동창업자로 참여했고, 전임상과 인허가 담당자가 각각의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경험을 갖고 있었다. 팀의 경력이 기술보다도 더 큰 설득 요인이 되었다.
7. 리스크를 숨기지 말고 대응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바이오 산업은 성공 확률이 낮은 분야다. 투자자 역시 실패 가능성을 전제로 판단한다. 리스크를 축소하거나 감추기보다는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얻는 방법이다.
투자자 관점:
“우리는 실패 가능성을 모르는 게 아니라 실패했을 때의 대응 전략이 있는지를 본다. ‘솔직한 리스크’가 오히려 신뢰를 만든다.”
사례:
M기업은 기술에 대해 장점만을 부각시키고 규제 리스크나 경쟁사 현황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신뢰를 갖기 어려웠다. 반면, N기업은 특정 임상 단계에서 실패할 가능성을 명확히 언급하고, 실패 시에는 적응증을 전환하거나 병용 요법으로 확장할 계획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솔직한 접근은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바이오·헬스케어는 기대와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산업이다. 투자자들은 기술이 아닌 ‘리스크 관리 능력’과 ‘데이터 기반의 실행력’에 주목한다.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대부분 이 구조적 특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 유치란 기술에 대한 평가 이전에 설득 가능한 전략과 리스크 대응력에 대한 평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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