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1부: 약물 설계를 위한 주요 구성 요소
- Kyoung-Hwan Choi
- 6월 24일
- 6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월 29일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는 단일 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mAb)가 화학 링커(linker)를 통해 세포 독성 약물에 공유적으로 접합된 형태다. 높은 표적 특이성 및 강력한 살상 효과의 장점을 결합하여 암세포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DC는 "생물학적 미사일"로 불리며 표적화 된 암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이끈다.
ADC 약물 설계를 위한 주요 구성 요소
ADC는 일반적으로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mAb), 화학적 링커(chemical linker), 세포 독성 약물(cytotoxic drug)로 구성된다. 이들 각각은 약물의 최종 효능과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DC는 혈중에서 안정성을 유지한 채 치료 표적에 정확히 도달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표적(예: 암세포) 부위에서 세포 독성 페이로드(payload)를 방출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ADC 설계 시에는 1) 표적 항원의 선택, 2) 항체의 특성, 3) 페이로드의 세포독성, 4) 링커의 안정성과 분해 메커니즘, 5)접합 기술(conjugation method)과 같은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림 1. ADC의 구조와 특성
(Source: Nature,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1. 표적 항원 (Target Antigen) 선택
ADC 약물은 암세포를 식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며 세포 독성 페이로드를 암세포로 전달하는 메커니즘(예: 세포내 이입)을 결정한다. 이상적인 ADC 표적 항원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종양 특이적 발현을 보여야 한다. 표적 항원은 정상 조직에는 거의 또는 적게 발현되고, 주로 암세포에서 독점적으로 발현되어야 한다. 이는 비 표적 독성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둘째, 항원은 세포내에 존재하기보다는 세포 표면 또는 세포 외에 위치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순환하는 ADC가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셋째, 항체와 결합 시 항원이 세포내이입(endocytosis)을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ADC-항원 복합체가 암세포 내부로 들어가 적절한 세포내 운반 경로를 통해 세포 독성 페이로드를 효과적으로 방출할 수 있다.
넷째, 항원은 비분성이어야 한다. 순환하는 분비성 항원이 존재할 경우 ADC가 종양 부위 외부에 불필요하게 결합하여 표적화를 저해하고 안전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승인된 ADC 약물의 표적 항원은 고형암의 경우 HER2, Trop2, Nectin-4, EGFR와 같이 암세포에 과발현 되는 특정 단백질이며, 혈액암의 경우 CD19, CD22, CD33, CD30, BCMA, CD79b 등이 있다. 최근에는 종양 미세환경 내 신생혈관 시스템, 기질 및 종양 기질 구성 요소를 표적으로 삼는 접근도 확산된다.

그림 2. ADC 개발에 사용되는 종양세포와 종양 미세환경의 중요한 표적 항원
(Source: Nature,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2. 항체 특성 (Antibody Moiety)
항체는 ADC가 표적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데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 약물의 표적 선택성과 전달 효과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상적인 항체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표적 항원에 대한 높은 결합 친화도를 가져야 한다. 결합력이 높을수록 ADC가 암세포에 정확히 결합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둘째, 항체는 세포내 이입(endocytosis)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세포 내로 페이로드를 전달 할 수 있다.
셋째, 면역원성이 낮아야 한다. 면역 반응을 유발하지 않거나 최소화함으로써 반복 투여가 가능해지고 안전성이 향상된다.
넷째, 체내에서 충분히 오래 유지되도록 혈장 반감기가 길어야 하며, 이는 약물의 지속적인 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항체의 진화 과정 또한 중요한 고려 요소다. 초기에는 마우스 유래 항체가 주로 사용되었으나 높은 면역원성으로 인해 임상 실패율이 높았다. 이후 재조합 기술의 발전에 따라 키메라 항체와 인간화 항체가 개발되었다. 현재는 면역반응을 최소화한 완전 인간 항체가 주로 사용된다.
ADC에 사용되는 항체는 대부분 IgG 계열이며 그 중 IgG1이 가장 널리 활용된다. 혈청 내에서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며 항체 의존성 세포 매개 세포 독성(Antibody-Dependent Cell-mediated Cytotoxicity, ADCC), 항체 의존성 세포 탐식(Antibody-Dependent Cellular Phagocytosis, ADCP), 보체 의존성 세포 독성(Complement-Dependent Cytotoxicity, CDC)과 같은 다양한 이펙터(effector) 기능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IgG3은 혈중 반감기가 짧고, IgG2는 이합체나 응집체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으며 IgG4는 Fab-arm 교환으로 인한 효능 저하 때문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한편, IgG 항체는 분자량이 약 150 kDa로 비교적 크기 때문에 고형암 조직으로의 침투에 제약이 있다. 특히 혈관벽과 종양 기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확산이 제한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Fc영역을 제거한 소형 항체가 개발되었지만, 이러한 구조는 체내 반감기가 짧아지는 단점을 동반한다. 항체의 결합 친화도 또한 침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지나치게 높은 친화도는 종양 가장자리에 항체가 고정되어 중심부로의 확산을 방해하는 ‘결합 부위 장벽(binding site barrier)’을 초래한다. 따라서 암 조직 내부까지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최적화된 결합 친화도가 요구된다.
3. 세포 독성 페이로드 (Cytotoxic Payloads)
페이로드는 ADC가 암세포 내로 세포내이입 된 이후 세포 독성을 발휘하는 핵심 요소로, 항암 효과를 직접적으로 유도하는 탄두에 해당한다. ADC가 정맥으로 투여 된 후 실제로 표적 종양 부위에 도달하는 약물은 전체 투여량의 약 2%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페이로드는 극도로 강력한 효능을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나노몰(nanomolar) 또는 피코몰(picomolar) 범위의 IC50 값을 가져야 하며, 이는 극히 낮은 농도에서도 세포 사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페이로드는 생리적 조건에서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며, 항체와의 접합이 가능한 기능성 작용기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페이로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 튜불린 억제제(Tubulin Inhibitors)는 세포 분열 과정, 특히 종양 세포의 빠른 증식 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세소관(microtubules)을 방해하여 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튜불린 중합 억제제로는 마이탄시노이드 유도체(DM1, DM4)와 튜불리신(tubulysins)이 있으며, 아도-트라스투주맙 엠탄신(T-DM1)에 DM1이 적용된 사례가 있다.
▪ DNA 손상 유도제(DNA Damaging Agents)는 DNA를 직접 공격하여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이들 약물은 세포 주기와 무관하게 작용할 수 있어 낮은 수준으로 항원이 발현된 종양세포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DNA 이중 가닥 절단제로는 칼리케아마이신(calicheamicin)이 있으며, 젬투주맙 오조가마이신 및 이노투주맙 오조가마이신에 적용되었다. DNA 알킬화제로는 듀오카마이신(duocarmycins)이 있으며, DNA와 공유결합을 형성하여 독성을 나타낸다. DNA 삽입 (토포아이소머라아제 I 억제제) 억제제로는 SN-38, DXd가 있으며, 각각 사시투주맙 고비테칸과 팜-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등의 ADC에 사용된다. DNA 교차 결합 유도제로는 피롤로벤조디아제핀(PBD)이 있으며, 론카스투시맙 테시린 등의 ADC에 적용되고 있다.
▪ 면역 조절제(Immunomodulators)는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페이로드 유형이다. 면역 자극 항체 접합체(ISAC)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항체의 표적 선택성과 함께 톨 유사 수용체(TLR) 작용제 및 인터페론 유전자 자극제(STING) 작용제와 같은 면역 활성화 분자를 결합하여 선천 면역 및 적응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이러한 전략은 종양세포 사멸을 직접 유도하는 것을 넘어, 종양 미세환경의 면역 반응을 재활성화 하는 복합적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각 페이로드 유형은 작용 기전과 효능 특성이 상이하며, 대상 암종과 항원의 발현 수준, ADC 구조에 따라 적절히 선택되어야 한다. 향후에는 기존 세포독성 기반 페이로드를 넘어, 면역 조절 및 타깃 특이성이 강화된 새로운 페이로드의 개발이 ADC 기술의 진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4. 화학적 링커 (Chemical Linker)
링커(linker)는 항체와 세포독성 약물을 공유 결합으로 연결하는 구성요소로 ADC의 약물 전달 체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링커의 안전성과 분해 특성은 약물의 혈중 반감기, 표적 특이성, 페이로드 방출 시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궁극적으로 치료 지수(Therapeutic Index, TI)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상적인 링커는 ADC 응집을 유도하지 않으며 혈장 내에서 페이로드가 조기 방출되는 것을 제한한다. 동시에 암세포와 같은 표적 환경에서 선택적으로 분해되어 활성 약물을 효과적으로 방출할 수 있어야 한다.
링커는 세포내 대사 환경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절단 가능 링커(Cleavable linker)이며, 다른 하나는 절단 불가능(Non-cleavable linkers)이다.
절단 가능 링커는 종양 세포와 전신 순환계 사이의 미세 환경 차이(예: pH, 환원 조건, 효소 존재)를 활용하여 페이로드 방출을 유도한다. 대표적인 화학적 절단 링커로는 하이드라존 결합(Hydrazone bond)과 이황화 결합(Disulfide bond)이 있다. 하이드라존 링커는 약산성 환경(ph 4.5 – 6.0)에서 가수분해되며, 세포 내 리소좀이나 엔도솜(endosome)에서 선택적으로 분해되어 페이로드를 방출한다. 그러나 혈장(ph 7.4)에서도 일부 분해될 수 있어 비표적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젬투주맙 오조가마이신(gemtuzumab ozogamicine)은 이러한 하이드라존 링커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황화 링커는 환원성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암세포 내에서 글루타치온(glutathione, GSH)의 농도가 높기 때문에, 이황화 결합이 세포 내에서 선택적으로 분해되어 페이로드를 방출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혈액 내 GSH 농도는 낮아 전신 순환에서는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효소적 절단 링커도 중요한 하위 범주를 이룬다. 펩타이드 기반 링커(Peptide-based linker)는 리소좀 내의 프로테아제, 특히 카텝신 B(cathepsin B)에 의해 절단된다. 이러한 효소는 종양세포에서 과발현 되는 경향이 있으며, 혈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브렌툭시맙 베도틴(brentuximab vedotin)은 발린-시트룰린(valine-citrulline) 기반의 펩타이드 링커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승인된 ADC 중 9개가 이와 같은 펩타이드 기반 링커를 사용한다. 또 다른 예로는 베타-글루쿠로나이드 링커(Beta-glucuronide linker)가 있으며, 종양 미세환경에서 발현되는 베타-글루쿠로니다아제에 의해 분해된다.
반면, 절단 불가능 링커는 생체 내 pH, 환원 조건, 효소 환경에서도 화학적으로 안정하며, 페이로드가 자연적으로 분리되지 않는다. 이러한 링커는 항체가 세포 내로 흡수되어 리소좀에서 분해된 후, 약물이 항체 유래 아미노산과 결합된 대사물 형태로 방출되는 특징이 있다. 이 구조는 혈장 안정성이 높아 비표적 독성을 낮추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아도-트라스투주맙 엠탄신(ado-trastuzumab emtansine, T-DM1)은 티오에테르(thioether) 기반의 SMCC 링커를 사용한다. 이 약물은 세포 내에서 항체가 분해되면서 라이신-MCC-DM1이라는 대사물 형태로 DM1이 방출된다. 이 대사물은 전하를 띠고 있어 세포막을 투과하지 않으며, 주변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주변 효과(bystander effect)가 발생하지 않는다.
5. 접합 방법 (Conjugation Methods)
ADC의 효능과 안정성은 항체와 페이로드를 연결하는 접합 방식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초기 ADC는 항체내 존재하는 라이신(lysine) 및 시스테인(cysteine) 잔기를 이용한 무작위 접합(stochastic conjugation) 방식을 주로 사용하였다.
라이신을 기반으로 한 접합은 항체 당 약 80~90개의 라이신 잔기 중 약 40개 정도가 변형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한다. 하지만 접합 위치가 항체마다 달라질 수 있어 약물-항체 비율(drug-to-antibody ratio, DAR)이 0~8 범위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균일성이 떨어진다. 특히 항원 결합 부위 인근의 라이신 잔기에 페이로드가 접합될 경우 항체의 표적 인식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시스테인 기반 접합은 항체의 이황화 결합을 환원시켜 노출된 시스테인 잔기를 이영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라이신 기반 접합보다 균일한 DAR(2, 4, 6, 8)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황화 결합의 환원은 항체의 구조적 무결성을 손상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수반한다.
무작위 접합 방식은 항체-약물 접합의 위치와 수의 불균일성, 페이로드의 조기 방출로 인한 비표적 독성, 일관된 접합 부위 확보의 어려움, 예측 가능한 약물 통해 확보의 한계와 같은 단점을 가진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최근에는 부위 특이적 접합(Site-specific Conjugation) 기술이 개발된다. 이를 기반으로 3세대 ADC가 주목 받는다. 이 방식은 특성이 잘 규명된 균일한 DAR(주로 2 또는 4)을 가진 ADC를 생산할 수 있으며, 비표적 독성을 줄이고 약물 동태학적 특성을 향상시킨다.
부위 특이적 접합 기술에는 조작된 반응성 시스테인 잔기 도입(예: ThioMab 기술), 이황화 재연결(disulfide re-bridging), 비천연 아미노산 도입, 효소 보조 연결(enzyme-assisted ligation), 글리칸 재구성 및 글리코접합(glycan remodeling and glycoconjugation), pClick 기반의 비효소적 접합 기술 등이 있다. 이와 같은 기술의 발전은 ADC의 약물학적 특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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